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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Adieu

내 방 이야기


 
       2009년, 6월
        파주, 적성

         Rokkor 40mm, RVP 100

 
GOP에서의 1년을 마치고 FEBA로 다시 내려왔을 때 본부중대장 선배의 빽으로 영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응당의 대가는 치렀지만,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가고 싶을만큼 영외 생활이 탐나지는 않았다. 전역을 3달 앞둔 충만한 말년의 무소유 정신은 여태껏 지내왔던 영내 생활을 겸허하게, 당연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사과장이라는 직책 덕분에 업무라는 합당한 이유로 누구보다 영외를 많이 경험 할 수 있었기에 원치않는 "응당의 대가"로 괜한 손해를 본 건 아닌가 하는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통제됐고 책임과 의무로 울타리쳐진 영내보다 영외가 편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진리였다. 결국 첫 이사를 마친 후부턴 야근과 훈련으로 너덜해진 몸일지라도 네온사인과 온갖 편의시설(이래봤자 면 수준)이 즐비한 그곳으로의 퇴근길은 가벼웠고, 나만의 공간이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됐다. "내 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긴 후로는 당직 이후 몰려오던 업무폭탄 속에서도, 어떻게든 한 시간이라도 내 방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미친듯이 관사로 뛰어가며 "내 방 사랑"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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