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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Trabzon, DAY 2


전편에서도 밝혔지만, 내가 여행을 시작했던 9월 초는 Ramadan 기간으로 해가지는 6시의 대포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모든 무슬림들은 식사를 금했다. 외국인들은 예외적이라 상관은 없었지만, 문제는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운터에는 알리가 일찌감치 나와있었고,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식사를 어디서 해야하냐고 물으니 친절한 알리는 숙소 근처의 식당을 소개해줬다. 앞으로도 수없이 먹게 될 Ekmek(터키식 바게트지만, 파리 바게트 빵에 뒤지지 않을만큼 맛있다.)과 Soup을 먹었다. 식당 구석에는 나를보며 민망히 웃는 현지인도 있었다. 

Trabzon에서는 절벽위에 지어져 유명한 Sumela 수도원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 때문에, 다음 날로 예약을 하게 됐고, 시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세웠다. 하루종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심지어 외곽으로 걸어나가니 집들이 점점 없어지고, 차들도 드문 드문 다니는 길까지 가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곳곳에서 터키 국기를 만날 수 있었다는 일이다. 우리나라였다면, 국경일이 정도나 되야 길에서 볼 수 있던 게 국기였기 때문이다. 첫 도시였기 때문에 두드러지게 느끼긴 했지만, 전역에서 국기를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국기가 상징하는 것은 나라이며,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국기들은 아마도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재래시장에서 만난 가장 컸던 국기



@ 바람이 불면 큰 소리를 내며 펄럭이던 국기



@ 빨간 국기 옆,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던 직원



@ 구두 수선집의 분위기는 우리네와 비슷했다. 창 너머로 걸려있는 터키 국기


 

@ 행사가 열리는 장소 같았다. 다리에 국기가 걸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 축구에 열정이 어느나라에 뒤지지 않을 터키, 이을용이 뛰었던 Trabzonspor


여행하는 내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축구에 관한 이야기였다. 불행하게도 나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월드컵이나 간신히 보는 문외한인 내게, 프리미어 리그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질문은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간신히 'Trabzonspor'에서 이을용이 뛰었다는 이야기만을 기억 할 수 있었을 뿐이다. 약간 과장 보태서,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된다는 월드컵의 캐치프레이즈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됐다.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약간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다 만났던 성벽의 흔적


@ 위치를 봤을 때, 망루의 역할이었을까 싶다


@ 망루에서 본 Trabzon의 모습


@ 언덕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도시 풍경


@ 아치형 다리가 눈에 띈다


@ Trabzon, 10:50


Trabzon은 오래전부터 터키의 관문으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Istanbul이나 Ankara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상당히 도시화된 모습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디지털 프린팅이 가능한 사진관이나, 전자기기 판매, 맥도날드와 같은 세련된 문화들도 중심가를 주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잦은 지역이었는지, 타 지역에 비해 유난히 외국인이나 여행자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왔던(물론 터키어였지만) 그네들이었다. 

@ 무화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선 지천에 널려있다


@ 선물로 받은 무화과와 포도송이, 깨끗이 씻어줬다


@ 꼬맹이들


터키 인심이 옛 시절의 우리네와 닮았다고 누군가 그랬다. 길을 잃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길이 어느샌가 인적이 드문 숲길가를 향할 무렵 만난 한 가족. 회화책 한권이 뭔가 역할을 할 줄 알았지만 신통친 않았다. 몇마디의 단어가 오가는 것이 우리 대화의 전부였지만  정성스레 따다 씻어서 선물해준 무화과와 포도송이만으로도 그 마음은 충분했다. 

@ CS 28mm / RDP3


1편의 타이틀 사진으로 등장했던 흑해와 Trabzon의 사진이다. Boztepe에서 tepe는 터키어로 언덕이란 뜻이다. 언덕답게 북악산 스카이웨이 같은 길을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일몰이 아주 멋지다는 후문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Boztepe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기 직전이었다. 저 사진을 찍고나서 한 두방울씩 떨어지던 빗줄기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는 바다의 끝은 아직도 밝았지만, 땅거미는 이미 Trabzon을 뒤덮고 있었다. 이 묘한 그라데이션 속에서 드문드문 켜지는 불빛이 어울러진 장면은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이 장면을 한동안 지켜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굵어지는 빗줄기 때문에 더는 감상하지 못했다. 

@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햇빛 가리개와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다, Natura Classic / SHD


@ 날씨가 좋다면 도란 도란 둘러 앉아, 풍경을 안주삼아 차이 한 잔씩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Natura Classic / SHD


비를 피하러 들어간 작은 까페에서는 축구게임을 하는 현지인들이 있었고, 비 좀 피하겠다고 손짓발짓으로 설명하니 여느 Trabzon의 사람들처럼 흔쾌히 허락했다. 30여분 정도 기다리니 비가 그치고, 어둑해진 길을 따라 다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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