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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Merhaba,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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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첫 발자욱을 뗏던 그 순간은 언제나 그랬듯 정신없이 흘러갔다.  9시간의 비행, 3시간 동안 잠시 머물렀던 Helsinki를 뒤로하고 다시 3시간을 날아 도착한 Istanbul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짐을 찾고, ATM에서 리라(TL)로 돈 뽑았다. 모든게 끝나고 공항 출구로 나오니 도착하면서 지나쳤던 유리창의 빗방울들이 피부를 타고 느껴졌다. 게다가 이미 어둑해진 공항의 저 밖엔 극도로 달한 긴장감은 나를 분주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미 조사를 마쳐놨던-몇번의 확인과 되뇌임으로 충분히 외웠다 생각했지만 Metro는 도무지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입구에서 청소하던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영어단어 몇개만 가능 그와 나는 소통이 불가했다.

이미 심장은 쿵쾅거리고 있었고,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보면서 간신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어깨의 배낭이 유난히 무거웠는데, 무슨 짐을 이렇게 싸왔나 속으로 미련한 짓이라고 몇번을 자책했는지 모르겠다. 다시한번 친절한 터키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가는 방법을 들을 수 있었고, 간신히 Metro를 탈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서 그랬는지 사람은 몇명 없었다. 덕분에 넓직한 자리로 배낭과 짐을 내려놓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리며 시간을 보니 9시가 넘었다. 숙소는 과연 찾을 수 있을런지. Sultan Ahmet에 있는 Zeugma Hostel에는 예약메일을 보내놨는데,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것인지가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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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Sultan Ahmet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이다. 공항인 Havaalani에서 Zeytinbrunu까지 Metro로 이동해서 Tram으로 갈아타서 Sultan Ahmet까지 가는 방법과, 공항에서 계속 이동해서 Aksaray에서 내려 트램으로 갈아타는 방법이다. Zeytinbrunu에서 Tram까지 환승거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출구 바로 옆에 Tram 입구가 있음) 짐이 많은 여행자들은 이 루트를 선택하는게 일반적이나, 도착 후 너무나 당황스러워했던 나머지 Aksaray에서 내려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Aksaray Metro역과 Tram역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결국 야밤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곳에 짐을 한가득 들고 손짓발짓으로 물어가며 시장을 가로질러가며 Tram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하면서 느꼈던 분위기는 우리네 '강북'과도 같은 친근한 인상이었다. 강남의 세련된 모습과는 전연 달랐지만, 사람냄새 나는 동대문이나 남대문, 종로의 피맛골과 같은 분위기랄까. 한편으론 천년영화의 고도의 세련됨을 막연하게 그렸던 것관 달라서 약간 실망스러운 인상도 없지않아 있었다.

Aksaray에서 Sultan Ahmet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여분을 타고 드디어 내린 Sultan Ahmet. Istanbul에서 숙박, 위락 시설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만큼 Tram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건 Blue Mosque와 그 건너편의 Ayasofya(Hagia Sophia)였다. 9월부터 한달 간 라마단 기간으로, 9시가 넘었지만 거리는 온갖 축제의 흔적이 가득했다. 숙박을 잡은 곳은 Zeugma Hoste로,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의 중간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나오는 Arasta Bazaar 부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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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이기 때문에 금방 찾겠거니 했지만, 그 거리에서 30여분을 넘게 해맸다. Arasta  Bazaar 부근은 Sultan Ahment의 대부분의 숙박 시설이 모여있는 곳으로, 두 세블럭이 모두 호텔과 호스텔로 가득하다. 찾다 지쳐 어느 호텔에 들어가 Zeugma라는 호텔을 아는지를 물어봤지만 모르겠다는 대답을 서너번 듣고,그냥 여기라도 묶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도저히 지불 할 수 없는 가격임을 확인 한 후 호텔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들은 금방 찾는다던데?"라는 말로 최면을 걸며 반대 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땀방울이 삐질 삐질 흐르는 순간 이역만리에서 보는 '제우그마'라는 친절한 한글 간판. 한국 사람들 많이 온다더니 간판도 한글이었다. 그 유명한 Cevat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사촌동생인 Typhoon이 리셉션에 있었다. 도미토리 개념이 없었던 첫날이었던지라, 커텐으로 구분되어진 공간에 빽빽하게 붙여있는 2층 침대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내일 오후에 Trabzon으로 이동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냥 참을까 했지만 첫 날부터 몸이 피곤해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호텔'을 외치고 있었다.

Zeugma는 원래는 호텔이 주 건물이다. 지하에 호스텔에 있고, 저렴하고 한국말이 통하는 Cevat으로 인해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이미 근방의 호텔 가격을 알고 있었지만, 약간은 허름해보이고 규모도 작아보였기에 호기있게 싱글룸 가격을 물었지만, 호스텔 가격보다 3-4배 비싼 엄청난 가격을 듣고 1초의 고민도 없이 다시 호스텔의 도미토리로 내려왔다.

피로가 쏟아질법 했지만, 낯선 곳에서의 첫 날의 긴장은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게 했다. 그래도 배는 출출했는지 주방을 기웃거리던 찰나, 머리 긴 한국 청년 한 명이 파스타를 했다며 같이 먹겠냐는 제안을 했다. 파스타는 뭔가 묘한 형태였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1년 간 캐나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여행을 시작했다는 청년(미안하게도 이름을 까먹었다.)과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군대 얘기. 재밌게도 나와 그 청년은 같은 부대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같은 연대로, 나는 GOP 소초장으로 DMZ 통문 개방을 맡고 있었고, 그 친구는 연대 수색중대로 내가 열어준 통문을 열고 DMZ 수색을 맡았었다. 이 무슨 인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이역만리에서 만난 전우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이후에도 여행 내내 종종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첫날의 긴장감은 군대 이야기로 꽃 피우며 마무리 됐다. 내일 오후에 Trabzon을 간다는 나의 말을 듣던 청년은 독일 친구와 같이 오전에 Aya Sophia를 가자며 제안했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스타일이라 선뜻 대답하긴 어려웠지만, 붙임성 좋고 성격 좋은 그 청년과 외국 친구와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아서 그러겠다는 대답과 함께 두터운 이불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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