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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2011, Okinawa #1

Japan, Okinawa #1


2011. 09. 12 - 09. 15





2011년 9월, 추석을 맞아 오키나와행을 감행했다. 당시 추석연휴와 앞뒤 주말을 포함하면 거의 일주일을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여행사들은 앞다퉈 단기여행 상품을 쏟아내던 때였다. 물론 이미 대부분의 표는 매진 상태. 사실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했던터라 표만 있다면 웃돈이라도 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러던 중, 혹시나 싶어 눌러봤던 땡처리 항공권 사이트에서 오키나와 항공권이 반토막이 난 채로 날 기다리고 있던걸 보고 말았다. 진짜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택스까지 30여 만원 정도 되는 파격적인 금액,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완벽한 스케쥴. 오키나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민족 대명절도 마다않고 뛰쳐나간 불효자는 결국 그렇게 오키나와로 떠났다. 









2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오키나와 공항에 도착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굉장히. 아니 화창하다 못해 땡볕에 가까울 정도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나라 9월도 여름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한여름이었다. 원래 선크림 따윈 모르고 지냈던 사람이라 첫날만 해도 내리쬐는 햇빛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둘째 날, 얼굴부위에 약한 화상을 입고 나서야 이 강렬한 태양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일 9월 오키나와를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강렬한 태양빛을 충분히 대비하기를 권한다.









오키나와 여행 중 가장 멍청했던 짓은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일이었다. 사실 이 멍청함은 아주 사소한 게으름에서부터 시작됐다. 렌트를 위해서는 '국제면허증'이 필요한데, 발급을 위해서는 인근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를 가야했다. 이 신청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추석 시작되기 전날 찾아 갔는데, 연휴 때문이었는지 운전면허시험장은 휴무였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다같이 한숨을 쉬고 돌아갔던 모습을 기억한다. 



오키나와는 섬 자체가 큰 편이 아니고 도로체계가 단순하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고속도로는 하나 밖에 없고 나머진 국도다. 내비게이션도 한글이 지원되고, 관광 스폿들은 코드체계로 구분 돼 있어 번호만 누르면 간다고 한다. 우리와는 반대편으로 달리는 교통체계에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렌트카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렌트를 할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복잡한 스케쥴을 포기하는 편이 좋다. 주요 도시인 나고, 나하 시를 제외한다면  하루에 3-4편 정도만 운행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운행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원하는 스팟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다면 반드시 렌트하길 권한다.



















공항에서 나하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택시나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나는 렌트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행 동선을 신중하게 짜야 했다. 고민 끝에 전체적인 동선은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 지역을 거점 삼아 돌아다니기에는 교통편이 따라주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오키나와의 섬 중 하나인 이에섬(伊江島)을 첫 번째 목적지로 정했다. 










공항에서 나고 터미널까지 이동 후 모토부항(本部港)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111번 버스를 타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먼저 버스를 타면 승차권을 받는다. 이 승차권에는 번호가 써 있는데, 일종의 정류장 번호로도 볼 수 있겠다. 아래 사진처럼 버스 앞쪽에는 전광판이 있고 각 번호마다 요금이 표시된다. 운행거리가 늘어나면서 요금도 함께 늘어나는,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따라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전광판에 표시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다소 귀찮은 건 일일이 이 승차권과 돈을 넣는 일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물쭈물 하기 십상이다. 정액권과 같은 카드도 있는 것 같았는데, 구매는 못해봤다.



승차권을 넣으면 요금통에서 자동으로 번호를 인식한다. 요금이랑 함께 넣어도 전부 인식해서 처리한다. 신박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는데, 나이 많은 할머니들도 어색함 없이 척척 이용하신다. 가끔 동전을 찾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는데, 친절한 버스기사는 재촉하는 일 없이 태연하게 기다려준다. 







공항에서 나고 터미널까지는 다이렉트다. 약 2시간 동안 요금은 계속 늘어난다.







드디어 도착한 나고 버스터미널. 이곳에서 다시 모토부항까지 가는 65번 버스를 타야한다. 하늘은 맑디 맑았지만, 이때부터 뚜벅이의 비애가 시작됐다. 기다림의 연속. 공항 -> 버스터미널 -> 모토부항 -> 이에섬.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계속 기다린다. 하염없이...







나고시는 나하시와 함께 남북의 주요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주요 도시라고는 하지만 우리네 지방 소도시 정도로, 소박함이 묻어난다. 터미널에는 정차 중인 버스들이 많았는데, 이 많은 버스들은 대체 언제 운행할까?








4번 플랫폼에서 모토부항으로 가는 65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지나가던 청년이 추천해준 음료. 찾아보니 오키나와 한정판 음료란다(산삥차). 맛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홍차 비스무리한 꽤 밍숭맹숭한 음료였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해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내 입에는 딱 좋은 음료였다. 시원하기도 했고.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느새 빠져 나가고 혼자가 됐다. 사실 혼자 하는 여행은 재밌기도 하지만 외로움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다들 동반자를 그렇게 찾는지도. 하지만 그런 외로움도 여행의 일부이고 과정이다. 후회도 해보고, 다시 낯선 풍경에 감탄하면서 위로도 받고.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본 버스는 정갈한 느낌이 있다고 해야하나. 점잖은 중년을 보는 것처럼 단정하다.







기다림 끝에 모토부항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기다려야 했다. 이에섬으로 가는 페리는 하루에 4번 운행한다.








이에섬으로 데려다 줄 페리. 이에지마라고 써 있다. 차량도 싣고 움직일 만큼 크다. 섬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출발 전까지 시간이 남아 이곳 저곳 둘러본다. 






















모토부항에는 화물선으로 추정되는 큰 배도 들어온다.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에섬이나 또 다른 어딘가를 가는 이들의 차량으로 생각된다. 







내부는 에어콘도 제법 잘 나왔다. 작은 매점도 있어 가는 동안 군것질도 가능하다. 







모토부항을 거쳐 드디어 이에섬에 도착했다. 닻을 내리면 손님들과 차량들이 하선하기 시작한다.







이에섬은 오키나와의 딸려 있는 작은 섬이지만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공항까지 있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본토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에섬을 비롯한 오키나와의 여러 섬으로(다른 섬들에도 공항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바로 간다고 한다. 제주도가 여러 개 있는 기분이랄까. 그밖에도 버스, 렌트카, 자전거 등도 있다.







일단 숙소를 잡았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이에지마 게스트하우스. 에어콘이 딸린 1인실에 묵었다. 사실 그동안 거친(?) 여행을 즐겼던터라, 에어콘이 없는 방을 시도해볼까 했지만 한여름과 같은 더위는 견딜 수가 없었다. 재밌던 건 주인 아저씨가 영어를 거의 못하셨는데, 일본어 번역 어플을 가져가 간단한 의사소통을 해냈다는 것이다. 정확도는 좀 떨어졌지만 일본 어르신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기도..








늦은 만큼 부랴부랴 짐을 풀고 이에섬 탐방에 나서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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