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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Friends

2013, 12












2013년, 12월

풍납동


GXR, CS 28mm

BW, Square Mode


영환이를 처음 만났던 건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영환이네를 놀러가면 꼭 순두부찌개를 시켜줬었는데, 내 인생을 아무리 더듬어도 그때만큼 맛있었던 순두부찌개를 먹어 본 적이 없다. 국내 최고의 순두부찌개집이 압구정동에 있던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하지만 영환이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한번은 영환이가 집에서 김을 구웠다고 신나게 뛰어가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김은 밥상 위에 늘 올라가 있던 반찬이었기에 그런 녀석을 보면서 '왜 저러나' 싶었지만, 며칠 후 영환이네 집에서 맛봤던 김은 과연 그럴만한 맛이었다. 밥 도둑이 따로 없었다. 영환이네 놀러가는 날이면 대부분 밥을 먹고 돌아왔던 것 같다. 


2011년, 동생이었던 성환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몰려왔던 슬픔을 기억한다.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할 그 상황 속에서, 우리는 모두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저 그분의 섭리를 믿음으로 고백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영환이 가정에 하루 빨리 새 생명이 탄생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동안 잘 지내냐는 안부만 전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도 그랬겠지만, 누구보다 아쉬웠을 영환이였기에, 섣불리 묻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열 달 전 걸려왔던 전화에서 영환이는 와이프의 임신 소식을 전했고, 지난 24일 건강하게 아기가 태어났다. 누구보다도 자녀를 기다렸을 영환이 부부와, 그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유난히 형제끼리 우애가 돈독했던 성환이도. 꼬맹이가 눈 뜬 모습은 아쉽게도 못봤지만, 한눈에 봐도 영환이를 빼닮은 것 같다. 물론 둥그랬던 어렸을 적 모습만이다. 크면서 지금의 영환이처럼 길쭉해질런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


기쁨과 소망으로 자라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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