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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Note

터키, 출발까지

인터넷을 통해 배낭여행 동호회를 가입하기 전까지는 터키가 이렇게 여행지로 각광을 받는지 몰랐다. 여행을 좋아하긴 했지만 배낭여행 경험이 없다보니 그냥 막연하게 나갔다오는 것에 대한 개념만 있었을 뿐 뭔가 refresh 될 수 있는 여행의 맛을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막연한 개념들과 함께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 무지했던 좁은 시야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어떤지 이러한 무지와 무관심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했다. 내가 ‘터키’로 배낭여행을 간다는 말을 했을 때 궁금해 했다. ‘왜?’ , ‘거기 뭐가 있지?’ 라는 물음을 제일 많이 들었다. 대학생 때 배낭여행으로 가장 많이 간다는 '유럽'과 배낭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간다는 죽을 것 같은 매력을 지닌 '인도' 정도를 언급했지만 다들 생소해했다.

터키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정말 '형제의 나라'가 되는가 싶었다. 월드컵의 기운?을 이어  이을용의 트라브존스포르으로의 이적은 그 관계들이 이어지는 듯 싶었지만 우리의 기억속에선 어느샌가 사라졌다. 국민성 같은걸 얘기하자는건 아니지만 단순히 터키 여행기를 쓰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 역사의 관계들과 그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렸을 때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들이 든다. 실제로 여행 중 동부 작은 마을에서 만난 어른들은 손가락 두개를 비비면서 '코레, 투르키'를 얘기하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런 고마움과 민망함의 두 마음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터키를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군대에서 만난 한권의 책 때문이었다. 작가는 유명 여행잡지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매달 일정 시점에 일정량의 기사를 소화해 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그녀의 삶에서는 ‘시간의효율성’이 항상 중심이었다. 에세이 내내 진정한 휴식이란 어디에서 오는지, 여행을 통해 어떻게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은 동남아에서 중동까지 이어졌다. 그 중 터키 사람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조곤 조곤 잘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 솜씨 탓도 있었겠지만, 따뜻한 소통이 오갔던 몇 토막의 짧은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좋아하는 편이긴 해도 책을 읽는 내내 유난히 민감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여행지를 터키로 정한 후, 휴가 때 가이드북 하나를 사서 복귀했다. 여러개의 가이드북과 참고서적들이 있어서 고르는데 한참을 읽어봤던 것 같다. 복귀 후 틈만나면 그 책을 읽어보며 여행의 꿈을 품었다. 그 당시에 나는 GOP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24시간 경계가 진행되는 그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책을 읽으며 터키의 땅을 꿈꾸게 됐다. 문화유산의 보고,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터키음식들, 터키인들의 살가운 인심들 등 야간근무의 피로에도 그 땅을 밟을 생각으로 열심히 탐독했다. GOP 철수 후 전역을 앞두고 있던 몇 개월은 굉장히 바쁘게 보냈지만, 휴가 때마다 관련지역의 여행에세이들을 몇 권 더 구입하면서 여행의 꿈은 구체화되고 있었다.

여행의 준비

일단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역시 가이드북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여행지로 터키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특징들이 있지만, 대부분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자의 여행목적에 맞게 골라보면 되겠다.

하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터키에 대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이드북 선정에 있어서 한 가지 팁을 권하고 싶다. 국내 출판사의 자료들은 지도 및 유적에 대한 설명을 중점으로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여행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교통편이나 숙소에 대한 가격부분은 99%가 일치하지 않는다. 터키는 리라(YTL)를 통화로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국내 가이드북은 이를 달러($)로 계산하여 소개한다. 국내에선 리라(YTL)로 환전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많이 통용되는 달러($)로 해놓은 것은 친절한 서비스이긴 하나, 출판당시의 환율과 여행시기가 달라서인지 환율적용 방법이 문제인지, 하여간 현지의 시세와 일치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일부 책자들은 리라와 함께 널리 통용되는 유로(EURO)화로 소개를 하기도 하지만 신뢰도면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본인은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Lonely planet’을 추가적으로 구입했다. 매년 업데이트 되는 최신정보들은 90%이상 신뢰할만하며, 특히 교통편이나 가격에 대한 부분의 신뢰도는 95% 이상이다. 또한 숙소 정보가 드문 도시를 방문한다면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숙소들을 방문하면 큰 걱정은 없을 것이다. 영문판이어서 다소 읽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국내 가이드와 병행해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보완이 된다. 만약 책 가격이 부담된다면,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지역별로 나뉘어있는 도시별 묶음이 파일로 정리되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또한 서적과 함께 추천하는 곳은 온라인 배낭여행 동호회이다. 2002년부터 다음 까페에 둥지를 튼 ‘터키로 배낭여행(
http://cafe.daum.net/goturkey)’은 터키여행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까페를 참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몇몇 유럽권역을 아우르는 대형 사이트들도 분명 있지만, 터키에 대한 정보와 자료는 단연 최고이다. 과거부터 축적된 양질의 정보들은 물론이고, 매 시즌별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들이다. 본인도 막연하게 지도만보고 계획했던 여행루트들을 실제 교통편의 여부를 확인하면서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여담으로 이 동호회의 파급력은 현지에까지 대단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숙박업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끼쳐왔다. 특히 카파도키아 같이 대규모 관광지역에서는 한국말은 몰라도 ‘다음 까페‘ 만큼은 알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에서의 한국 여행자들의 입김은 강력했다.

배낭은 국내 모 여행전문사이트에서 자체 제작한 제품을 구입했다. 45리터와 15리터 가방이 있고, 45리터 가방위에 15리터 가방이 지퍼로 부착되는 디자인이었다. 총 60리터의 적지 않은 용량이었지만, 부착이 되다보니 짐을 많이 넣으면 가방의 두께가 두꺼워졌다. 용량이 커지면 크기가 커지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높이가 올라가는 디자인에 비해 두께가 두꺼워 지는 이 배낭은 맨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쉽지 않았다. 배낭을 매고 이동할 때에는 일정 반경 내의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트램을 탈 때마다 주변의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가 목적지에서 내리는 일은 고역이었다. 

 여행에서 사진을 빼놓을 순 없다.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그리고 여행은 사진을 남긴다고 했다. 평소 사진을 좋아했던 필자는 3대의 카메라를 가져갔다. 디지털 1대, 필름 2대의 조합이었다. 필름을 놓고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 욕심이 또 욕심인지라. 디지털이 있었음에도 메인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덕분에 100롤이라는 엄청난 양을 들고 갔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33롤을 소비하는데 그쳤다. 에필로그에 이 웃기지도 않은 얘기를 실어보겠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와 여행정보 획득을 위해 작은 넷북 한 대를 구입했다. 그 외 옷가지 / 의약품 등의 잡다한 물품들을 챙기고, 장기간 여행 중 가족 및 친구들과의 연락을 위해 스카이프가 가능한 전화기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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