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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Friends

2010, 04









2010년, 4월

압구정동


Klasse-W, 400NC


사진에도 등장한 한 친구녀석에 의하면 나는 줄곧 '쓰레기'들을 주로 찍어왔다. 폼을 잡거나 멋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사람을 찍는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인물사진은 피사체와의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1/50초 또는 1/100초 같은 찰나가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관계가 선행되지 않은 사람을 향해서라면 어색함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애초에 어색함을 주제로 찍었다면 모를까, 그런 불편함을 보고도 모른체 할 능청스러움이 나에게는 없다. 그래서 호기심이나 눈요깃거리로 비처진 사람을 담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여기 올라온 사진이 말하듯이, 나는 인물사진도 찍는다. '쓰레기'(를 찍은) 사진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꽤 있다. 나는 마음에 드는 몇 컷만 스캔을 하는 게으름뱅이기 때문에 아마도 필름더미를 찾아본다면 분명히 더 많은 사진들이 있을 것이다.이 사진들을 왜 주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게으름이고, 둘째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많이 찍지도 않는 인물사진인데, 기왕 찍을거면 제법 괜찮은 사진을 주고 싶다는 일종의 허세였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지  대부분 간단한 스캔으로 확인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전 다시 예전 스캔 폴더를 찾아보는데, 이제는 자주 못보는 사이가 돼서 그랬는지, 예전과는 달리 이 장면들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에 찍힌 이들과 얼마나 친하냐 하면.. 이런 말은 삼가겠다. 그저, 그 시절의 우리를 마주하는 일만으로도 이제는 반가운 일이 돼버렸으니깐. 20대의 우리는 사진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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